2024년 3월 26일 14: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6월 프랑스의 소도시 르망(Le Mans)에서는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자동차 내구도 경주대회 ‘르망24시(The 24 Hours of Le Mans)’가 열린다. 13.48km의 ‘라 사르트 서킷’을 24시간 반복해서 달려 최종 주행거리로 우열을 겨룬다.

지난해 보험업계에도 IFRS17이라는 내구도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회계제도 도입 원년이 막을 내린 현재 주요 생명·손해보험사들의 보험계약마진(CSM) 경쟁을 '르망 IFRS17' 레이스로 풀어본다.


르망24는 한 팀당 3명의 선수가 출전해 번갈아 가며 운전대를 잡는다. 올해 르망IFRS17에서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메리츠화재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서로 선수를 맞바꿨다. 지난해 1등 선수인 홍원학은 삼성화재에서 올해 삼성생명으로, 이문화는 삼성생명 부사장에서 삼성화재 대표로 각각 이동했다.

두 번째 레이스의 핵심은 생명·손해보험의 공통영역인 ‘제3보험’ 구간에서 얼마나 속력을 낼 수 있는 지다.

정통 삼성생명 출신 홍 대표는 지난해까지 삼성화재 선수로 뛰며 손해보험 DNA가 이식됐다. 자산 규모나 신규 매출에서 2위권사 대비 압도적인 삼성생명이지만, 삼성화재는 달랐다.

손해보험사는 제3보험의 전통 강자다. 삼성화재 시절 자동차보험 본부장으로 손해보험에 대한 스터디를 마친 그는 대표선수로 일명 ‘일장자(일반·자동차·장기)’를 아우르는 경험을 쌓았다.

보험사의 상품 개발 능력은 자동차의 엔진 개발과 같다. 월 단위로 이뤄지는 언더라이팅(인수기준) 변경이나 적시에 공급되는 신규 상품 출시 등의 세밀한 세팅은 신규 매출의 가속을 돕는 손해보험사만의 노하우다.

홍 선수가 2위권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제3보험 경쟁으로 쌓은 경험치를 삼성생명에서 어떻게 발휘할지가 두 번째 레이스의 관전 포인트다.

이와 반대로 삼성생명에서 ‘초격차’를 경험한 이문화는 삼성화재 대표 선수로 뛰게 됐다. 올해 목표 역시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할 초격차 달성이다.

주력 시장인 제3보험에서 지속해 상품을 공급하는 한편 혁신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레이스 내 승부를 판가름하는 최고가속구간인 ‘뮬산 코스(Mulsanne straight)’를 지배한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결국 삼성생명·화재가 공통 구간에서 서로의 가속 성능을 가늠해보겠다는 이야기다.

레이스 초반부터 배기음은 우렁찼다. 양사의 1월과 2월 제3보험 월납환산초회보험료 매출은 기록적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1월과 2월 제3보험을 120억원씩 판매하며 가속 페달을 지그시 눌러 밟았다. 삼성화재는 법인보험대리점(GA)에 높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GA 매출만 75억원 내외로 GA채널 운영 이래 월평균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운전대를 잡던 간판스타 김용범(대표이사 부회장)이 운전대를 내려놨다.

새 선수는 아메바경영으로 대표하는 김 부회장의 철학을 뒷받침한 A.T 커니 출신의 김중현(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앞서 메리츠화재에서 경영지원·자동차·장기·상품전략 등을 한데 맡으며 김 부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매 경기 공격적인 레이스를 펼치던 김 부회장과는 다른 전략이 감지된다. IFRS17 하에서 메리츠화재는 속력을 내는 방식을 바꿨다.

자동차가 속력을 내는 데 필요한 건 ‘마력(hp)’과 ‘토크(kgf.m)’다. 높은 마력을 가진 자동차는 가속력이 뛰어나다. 반면 토크는 바퀴를 한 번 회전할 때 쓰이는 힘(순간 회전력)이다. 즉 무거운 차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느냐는 토크가 좌우한다.

월평균 100억원 이상씩 월납환산초회보험료 실적을 내던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90억원대로 속도조절에 나선 건 고효율 레이스를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우디는 르망24에서 디젤엔진을 탑재해 우승한 최초 브랜드다. 가솔린 대비 높은 연료효율성을 가진 디젤엔진의 장점은 토크에서 비롯된다.

토크가 높으면 기름이 적게 들고, 결과적으로 레이스 중 연료 보충을 위한 ‘피트 인(Pit-in)’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장기 레이스에서 더 빠르게 멀리 치고 나갈 수 있는 요소다.

수익성이 낮은 무해지 상품과 일당 담보 등을 지양하고 암, 뇌·심혈관질환 등 수익성이 높은 중대질병 진단 및 치료 담보 판매에 집중한다는 김 부사장이다. 여기에는 ‘적게 팔되 많이 남기겠다’라는 메리츠화재의 운영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영업력 확대를 집중해 3년 내 전속과 비전속시장 모두에서 시장점유율 1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4시간 레이스 초반부의 숨고르기가 일발 역전을 만들지 주목된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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