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분석실]
비급여 치료비 폭탄 가능성에도
판매 경쟁하느라 저렴하게 설계
삼·디·메 경쟁에 현대도 금액축소

(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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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17:08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초부터 유행한 ‘암 주요치료비(암 특정치료비)’ 담보도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상품은 구간별로 1000만원씩 차등을 두고 연간 치료비 총액이 1만원만 차이나도 보험금 1000만원이 달라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연간 치료비 총액이 1999만원이라면 1000만원 지급, 2500만원이면 2000만원을 지급(표1 참고)하는 식이다.

연간 치료비 총액은 급여와 비급여 진료액 합산으로 계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어떤 비급여 항암치료가 새롭게 태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손해액 폭탄을 맞을까 우려한다. 

정작 판매에 나선 보험사는 매출 경쟁을 하느라 안전장치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 10분의 1 줄여 ‘싸게 팔자’ 


암주요치료비 특약 구성을 살펴보면 ‘암 주요치료비’와 ‘암 주요치료지원금’ 등 두 담보를 동시에 가입하는 일종의 세트상품이다.

암 주요치료비는 암을 진단받고 주요치료(암수술, 항암방사선치료, 항암약물치료)를 받으면 진료비와 상관없이 약속한 보험금을 5년간 연 1회씩 준다. 같은 기간 연간 치료비 총액을 기준으로 구간별 보험금을 지급하는 건 암 주요치료지원금이다.

여기서 암 주요치료비는 암 주요치료지원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암 주요치료지원금이 1000만원 미만 구간의 암 치료비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험사가 납입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가입금액을 최소 10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도록 운영(표2 참고)한다는 점이다. “암 주요치료비 가입금액이 크면 비싸서 안 팔린”다는 게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올해 1월 해당상품을 출시한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은 가입금액이 최소 100만원부터 운영했고, 그 다음달인 2월 같은 상품을 출시한 메리츠화재도 이를 따라갔다.

삼성·DB와 같은 시기 상품을 내놓은 현대해상도 결국 지난달 중순경 최소 가입금액 한도를 1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하향했다. 시장이 과열되자 모든 보험사가 보험료를 10분의 1로 낮춰 덤핑에 나선 것이다.

(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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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암 주요치료에 대한 연간 치료비 총액이 1000만원 미만일 경우 가입자는 900만원의 치료비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추후 ‘급여+비급여’ 치료액 크기를 두고 민원 발생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결국 가입자는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진료비를 부풀리길 희망하고, 의료기관 역시 최신 암치료 기법을 저렴하게 공급할 유인이 없어진다.


덤핑하다 휘청할 수도


보험사도 외줄 타기다. 당초 보험사에 상품을 공급한 글로벌 재보험사는 암주요치료비 담보와 암주요치료지원금 담보의 가입금액을 최대한 비슷하게 설정하도록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암주요치료지원금 담보의 손해액을 예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보험사 상품개발 관계자는 “이 상품을 공급한 재보험사의 요율을 살펴보면 암주요치료비가 암주요치료비지원금의 손해를 상쇄하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특정 암치료에서 2900만원의 진료비가 발생해 2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험료를 산출했는데 비급여 진료액이 갑자기 증가해 3000만원을 지급하게 되는 사례가 늘어나면 고스란히 보험사의 손실이 된다.

상품 전문가들은 암주요치료비 담보의 보험료를 충분히 받아둔다면 예상하기 어려운 손실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상품 구조의 문제보다는 보험사의 욕심이 문제란 이야기다.

다른 보험사 상품개발 관계자는 “연간 진료비 총액를 구간별로 나눠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은 지난해부터 있었지만 급여치료에 한정돼 있었다. 고액 비급여 치료 한번이면 구간별로 나눠놓은 보험금 지급구조가 망가질 가능성 때문”이라며 “시장에 상품만 내놓으면 (의사와 상관없이) 공격적으로 바뀌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명보험사도 암주요치료비 판매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중소형사 중심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이달 경험생명표 변경에 따른 암보험 절판마케팅 이슈가 끝나면 대형사에서도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것이 점쳐진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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